비엔티안에서 맞이한 두 번째 날은 첫날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친구가 아침에 일어나면서 오늘이 라오스의 새해 첫날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라오스의 새해는 태국의 송크란과 비슷하게 물을 뿌리며 서로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태국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 송크란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물축제라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를 것 같아 기대가 되었습니다.
라오스의 새해를 맞이하다
점심을 먹고 친구와 함께 비엔티안 시내로 나갔습니다.
평소라면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겠지만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메콩강 주변과 야시장 인근에는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새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손에는 물을 뿌릴 수 있는 도구가 들려 있었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들리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춤을 추기도 했고, 맥주를 마시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떨어져서 구경했습니다.
사실 저도 태국 송크란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직접 물을 맞으며 축제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옷이 젖는 것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물을 피하면서 한 시간 정도 주변을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상당히 더웠습니다. 물을 맞았다면 오히려 시원했을 텐데 물을 피해 다니다 보니 더위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결국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메콩강 건너편은 태국 농카이
비엔티안의 지리적인 특징 중 하나는 메콩강입니다.
친구는 메콩강 건너편이 바로 태국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실제로 비엔티안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태국의 농카이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조금 신기했습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이어져 왔고, 현재도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비엔티안에 와서 보니 라오스가 육지로 둘러싸인 내륙국가라는 사실도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과 매우 가까운 지리적 조건 때문에 생활문화나 음식에서도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축제를 잠시 뒤로하고 여행자거리로
더위에 조금 지친 우리는 친구의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약 10분 정도 이동해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거리로 향했습니다.
여행자거리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할 만한 카페와 식당들이 있었고, 축제 현장보다는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시원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앉자 그제야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쉬면서 주변을 바라봤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특별한 관광지보다 이런 순간들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다가 시원한 카페에 앉아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달러와 태국 바트도 사용할 수 있었던 카페
커피값을 계산하면서 재미있는 점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현지 화폐인 라오스 킵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나 태국 바트로도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모든 가게가 같은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고, 제가 방문한 해당 카페에서는 외화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잔돈은 라오스 화폐로 받았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우리 돈으로 대략 4,000원 정도였습니다.
라오스에 오기 전에는 커피 한 잔 정도는 상당히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물가는 단순히 현지 평균소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수입품의 비중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의 가격,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년휴일이라 문을 닫은 비엔티안
이날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신년휴일이었습니다.
새해 축제를 구경하는 것은 좋았지만 쇼핑몰이나 시장, 일반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있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가운데 일부만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비엔티안 시민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한산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휴일이 축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반대로 현지 상점이나 시장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여행을 하면서 현지 시장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문을 닫은 상점들을 보면서 다음에는 평일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엔티안에서 느낀 교통의 불편함
저녁이 가까워지자 친구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날 밤에는 혼자 다시 시내로 나가 마사지숍이나 클럽 같은 곳을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보 여행자가 밤늦게 혼자 이동하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택시 호출 서비스도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고, 도로 상황이나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하면 늦은 시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도시의 관광명소보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낮에는 관광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어도 밤이 되면 교통수단이 제한될 수 있고, 특히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는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친구의 집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야간 외출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시 가족들과 함께한 저녁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비엔티안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아다니며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유명한 식당이 아니라 친구 가족들과 함께 먹은 가정식이었습니다.
여행은 관광지를 몇 군데 방문했느냐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여행의 기억을 더 오래 남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가족들과 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다 보니 이번 여행을 초대받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비엔티안
이번 여행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제가 일반 관광객처럼 비엔티안을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차량을 이용했고 친구의 집에서 머물렀으며, 친구가 평소 생활하는 공간과 자주 가는 식당을 함께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에 가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지에 사는 사람이 바라보는 비엔티안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라오스의 새해를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을 뿌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서로의 새해를 축복하는 모습은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짧아서 더 아쉬웠던 비엔티안의 두 번째 날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까지 이동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관광보다는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정을 늘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에 라오스를 다시 방문한다면 비엔티안뿐만 아니라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라오스의 자연과 역사적인 도시를 천천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다음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비엔티안이라는 도시는 제게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왜 생각보다 물가가 저렴하지 않은지, 왜 중국어 간판이 많이 보이는지,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라오스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3부에서는 비엔티안의 마지막 하루와 빠뚜싸이 개선문, 쇼핑몰과 환전, 그리고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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