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라오스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마다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아직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 여유롭고 느린 시간, 메콩강, 그리고 복잡하지 않은 작은 도시의 모습이었습니다. 태국과 베트남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경험했지만 라오스는 이상하게도 늘 여행 목록의 뒤쪽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인 친구에게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였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비엔티안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흔쾌히 가겠다고 대답했지만 막상 항공권을 알아보면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생각보다 항공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4월 10일, 라오스 여행을 고민하다
친구에게 초대를 받은 날은 2026년 4월 10일이었습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2박 3일 정도 머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기간만 놓고 보면 짧은 여행이었지만 항공권 가격을 확인하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인천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직항편은 대한항공, 라오스항공, 제주항공 등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했고, 제가 알아본 일정에서는 왕복 항공료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라오스의 새해 기간과 일정이 겹치면서 항공료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태국이나 베트남을 갈 때는 비교적 다양한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고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항공료를 상당히 낮출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여행 자체가 목적이라면 다음 기회로 미룰 수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나마 조건이 괜찮았던 라오스항공을 선택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과연 비엔티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조용하고 저렴한 도시일까?”
그 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비엔티안으로
2026년 4월 14일.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제가 탑승한 라오스항공 항공편은 오전 10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이동했습니다.
라오스항공은 라오스의 국영 항공사입니다. 막연히 국영 항공사라고 하면 규모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가 탑승한 항공기는 3-3 배열의 일반적인 단거리 여객기였고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때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박한 분위기가 이번 여행의 시작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하고 거대한 항공사보다는 조금 낯선 항공기를 타고 새로운 나라로 향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고 창밖으로 익숙한 한국의 풍경이 멀어졌습니다. 잠시 후 기내식이 나왔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비엔티안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게 될지 생각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일반적인 패키지여행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일정이 아니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을 경험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후 1시 20분, 처음 만난 비엔티안
약 2시간 40분 정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비엔티안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20분 정도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건물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국의 대형 국제공항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라는 점이었습니다. 공항 자체가 크지 않았고 사람도 비교적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 라오스는 제가 여행했던 시점에 전자입국신고서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비행기 안에서 종이 입국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입국심사는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됐고 특별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 출구를 나오자 친구가 차량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식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친구에게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하자 공항 근처에 있는 국수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첫 식사부터 예상과 달랐던 라오스 물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비엔티안의 첫인상을 천천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어 간판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비엔티안은 라오스어 간판과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동남아 도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중국어가 적힌 간판이나 중국과 관련된 상점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최근 중국과 라오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고, 특히 중국 쿤밍과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활성화되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과거보다 편리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친구는 자신 역시 비엔티안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과 관련된 비즈니스 기회가 과거보다 많아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생각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의 경험과 설명을 바탕으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짧은 여행만으로 비엔티안 전체의 경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중국과 라오스 사이의 경제적 교류가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인상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식사를 하면서 또 하나 의외였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물가였습니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여행 물가 역시 상당히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메뉴판을 보니 생각과 달랐습니다.
국수 한 그릇 가격이 제가 자주 여행했던 방콕이나 베트남의 일부 지역과 비교해도 크게 저렴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는 라오스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소비재가 많지 않아 상당한 물량을 주변 국가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의 소득 수준만 보고 여행 물가도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여행에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의 가족
점심을 먹고 친구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친구가 현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번에 처음 만났고, 친구의 아내는 거의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왔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예전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꼭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사실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한 여행이었습니다.
친구의 가족은 모두 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처가 식구들까지 한집에서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집은 상당히 넓었고 방도 6개 정도였는데, 작년에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약 200평 규모의 집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비엔티안의 일반적인 주거환경과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는 사업을 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가족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낯선 나라의 집에 와 있다는 느낌보다 오랜 친구의 집에 놀러 온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당에서 직접 딴 망고로 만든 주스
저녁에는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친구의 가족이 준비한 라오스 가정식이었습니다.라오스 음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강한 향신료가 있거나 전혀 새로운 맛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먹어본 음식들은 전체적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음식과 크게 동떨어진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을 여러 번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맛도 많았습니다. 다만 음식보다 더 기억에 남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망고주스였습니다.
한잔 마셔보니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어디에서 구입한 망고인지 물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집 마당에 있는 망고나무에서 직접 따온 거야.”
마당에 심어놓은 망고를 따서 바로 주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구입한 과일을 먹는 것과 집에서 직접 따온 과일을 바로 갈아 마시는 것은 역시 느낌이 달랐습니다. 망고의 향이 진했고 단맛도 상당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특별히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친구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비엔티안 여행에서 가장 따뜻했던 시간은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가 아니라 이렇게 한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었습니다.
짧지만 특별했던 비엔티안의 첫날
비엔티안에서의 첫날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비엔티안으로 이동하고,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중국어 간판이 보이는 시내를 지나 친구의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여행 첫날만 놓고 보면 관광이라고 할 만한 일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여행이 좋았습니다.
관광객의 시선으로 잠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고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현지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비엔티안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저는 라오스가 매우 저렴하고 한적한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물가, 중국과의 활발한 경제적 교류,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중국어 간판, 그리고 아직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 도시의 모습까지.
비엔티안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라오스의 새해 첫날이라고 했습니다. 태국의 송크란처럼 물을 뿌리며 새해를 축복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과연 비엔티안의 라오스 새해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편에서는 메콩강 주변에서 만난 라오스 새해 축제와 물축제, 그리고 신년휴일의 비엔티안 풍경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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