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우본랏차타니 여행 1화] 친구의 고향으로 떠나다: 처음 만난 가족들의 따뜻한 환대

"여행은 관광지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태국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 방콕, 파타야, 치앙마이, 푸켓처럼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는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번화한 도시가 아닌, 태국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오던 태국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태국 동북부의 조용한 도시 우본랏차타니(Ubon Ratchathani)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닌, 한 명의 귀한 손님으로서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숨 쉬고 생활했던 잊지 못할 기록을 시작합니다.


1. 방콕에서 우본랏차타니까지: 설렘을 안고 북동쪽으로

오후 1시,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국내선 탑승 구역으로 이동해 타이비엣젯항공 체크인을 마쳤습니다.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공항 내 로손(Lawson)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 그리고 태국식 어묵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사실 편의점 형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진열대에 놓인 현지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아, 내가 정말 태국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2시 40분, 비행기는 방콕을 떠나 북동쪽 하늘을 향해 올랐습니다. 창밖으로 아득히 펼쳐지는 태국의 넓은 평야와 굽이치는 강줄기를 내려다보다 보니 어느새 약 50분의 비행을 마치고 우본랏차타니 공항에 도달했습니다.

2. 작지만 따뜻한 우본공항과 정겨운 시골길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웅장함에 비하면 우본공항은 소박하고 작은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복잡하지 않아 오히려 이동하기 훨씬 수월했습니다.

우본랏차타니공항 모습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친구가 미리 손써둔 택시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 집까지는 차로 약 1시간 거리, 요금은 800밧(THB) 정도였습니다.

내심 '시골길이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오래 달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도로 상태는 예상외로 훌륭했습니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길가로 작은 집들과 동네 상점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키 큰 열대 나무와 푸른 논밭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도시의 소음 대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관광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진짜 태국의 얼굴'을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3. 길가 재래시장에서 느껴본 사람 냄새

친구 집으로 향하던 중, 친구가 기사님께 잠시 차를 세워달라 부탁했습니다. 도로 한쪽에 정겨운 작은 재래시장이 열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본 시내 외곽에 위치한 과일 노점상

시장 안은 외지인이나 관광객 없이 온통 현지 주민들로 가득했습니다. 노점마다 갓 튀겨낸 고소한 기름 냄새와 숯불 향이 식욕을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우리는 저녁에 함께 먹을 새우튀김, 게튀김과 함께 탐스럽게 익은 망고, 수박 같은 과일을 조금 샀습니다. 가격도 관광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저렴했지만, 무엇보다 상인들의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따뜻한 눈빛으로 음식을 건네주는 모습에서 사람 사는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4. 1980년대 시골집이 떠오르는 정겨운 풍경

마침내 친구 집에 도착하자 예상치 못한 감동적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할머니를 비롯해 부모님, 누나, 그리고 어린 동생들까지 온 가족이 마당 밖으로 나와 외지에서 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우본 시내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친구는 6남매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누나는 결혼해 근처에 살고 있고, 형은 방콕에서 그랩(Grab) 오토바이 기사로 일하며, 집에는 할머니와 부모님, 어린 동생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손수 보수하며 깨끗하게 관리해 온 오래된 목조주택을 보면서 순간 저의 어린 시절 한국 시골집이 겹쳐 보았습니다. 1980~1990년대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정겨운 풍경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마당을 유유히 거니는 닭들과 손님을 반기는 강아지, 한쪽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마당에서 웃으며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제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었습니다.

5. 한국에서 온 선물과 웃음꽃 피는 저녁 식사

한국에서 정성껏 준비해 간 선물도 하나씩 꺼냈습니다. 막내 남동생에게 티셔츠와 바지를 선물하니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며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거울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신나 하는 모습에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우본 집에 사는 어린 동생들

여동생들은 태블릿으로 K-POP을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귀엽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태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 한류의 힘에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가족들이 야외 테이블로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찹쌀밥(카오เหนียว), 쏨땀(Som Tum), 새우튀김, 게튀김, 닭튀김, 버섯스프와 신선한 과일이 푸짐하게 차려졌습니다. 특히 쫀득한 찹쌀밥에 새콤매콤한 쏨땀을 곁들여 먹는 맛은 전문 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음식을 덜어주며 부족한 것은 없는지 챙겨주는 가족들의 미소 덕분에 식사 자리가 내내 화기애애했습니다.

6. 가족을 향한 마음, 그리고 호텔보다 편안했던 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고모 댁으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고모님은 최근 약 30평 규모의 단층 주택을 새로 지으셨는데, 한국 돈으로 약 6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셔서 더위를 너무 힘들어하시다 보니 가족들이 힘을 모아 새집을 지었어요."

친구의 나지막한 설명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습니다. 가족, 특히 연로하신 어르신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효도이자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본 시내 외곽에 새로 지은 집

샤워를 마치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방 안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눕혔습니다. 이동하며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녹아내렸습니다. 비록 비싼 특급 호텔이나 화려한 리조트는 아니었지만, 따뜻하게 맞아준 사람들의 마음 덕분에 그 어떤 곳보다 편안하고 감사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1화를 마치며

관광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태국의 시골 마을에서 보내는 첫날은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깊은 잔향을 남겼습니다. 현지 가족과 식사를 나누고,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보며 삶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사람'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다음 2화에서는 태국의 고즈넉한 시골 새벽 풍경과 양식장에서 직접 생선을 잡아 아침을 준비했던 특별한 체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다음 편 예고: [태국 우본랏차타니 여행 2화] "태국 시골에서 보낸 가장 특별한 하루 – 함께 먹고, 함께 웃으며 배운 가족의 의미"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