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글 맵 오사카 우동 맛집의 반전, 그리고 피로를 녹인 현지 천연 온천욕
즐거웠던 오사카 유람도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침 일찍 서둘러 오사카의 상징이라는 ‘오사카성’ 천수각을 정복할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텔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방에 들어왔는데, 문득 한국에 두고 온 일거리가 생각나 노트북을 펼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은퇴를 했다 해도 삼십몇 년간 몸에 밴 성실함이 어디 안 가는지, 잠시 정리할 것들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이 훌쩍 지나가 있더군요. "에이, 오사카성은 다음에 마누라 손잡고 와서 보라는 계시인가 보다" 하고 넉살 좋게 계획을 접었습니다. 자유여행의 묘미가 무엇입니까? 내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오사카성 대신 시내의 속살을 더 깊이 누비기로 하고, 오전 11시에 정들었던 신세카이 숙소를 체크아웃했습니다.
오사카성 대신 시내 유람을 택했으니, 오늘 점심만큼은 일본 여행에서 꼭 성공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바로 '본토의 정통 우동'을 먹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니혼바시역으로 향하는 전철(지하철 요금 190엔) 안에서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난바역 주변의 숨은 우동 맛집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지요. '현지인 노포', '자가제면' 같은 단어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낸 끝에, 난바역 근처 구글 평점이 자자한 유명 우동소바집을 발견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니 특유의 구수한 육수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자판기에서 620엔짜리 우동 세트를 주문해 받아 들고 기대를 품은 채 국물을 한 입 크게 삼켰습니다. 그런데, 허허... 이거 참 묘하더군요. 리뷰가 수백 개 달린 집이라는데, 제 입에는 국물 맛이 어제 편의점에서 대충 사 먹었던 인스턴트 컵우동 맛과 도긴개긴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익숙한 맛이라 혼자 헛웃음이 픽 나왔지만, 이 또한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자유여행이 주는 소소한 반전이라 생각하니 즐거운 한 끼였습니다.
점심을 대강 때우고, 마지막 사치를 누리기 위해 다시 구글맵을 켰습니다. 공항 가기 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최적의 거리에 위치한 오사카 현지 온천(대중목욕탕)을 수소문해 찾아갔지요. 오후 12시 20분, 드디어 온천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동네 목욕탕 가듯 편안한 분위기인데, 입장료 800엔에 수건 대여료 300엔이라는 합리적인 요금부터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게다가 친절하게 한글 안내판이 곳곳에 잘 구비되어 있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더군요.
탕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시설 관리를 어찌나 철저히 하는지 천연 온천수가 바닥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깨끗하고 맑았습니다. 뜨끈한 탕에 몸을 맡기니, 지난 며칠간 지하 미로와 교토 뚜벅이 길을 걸으며 쌓였던 육십 대의 고단한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몸과 마음을 이토록 완벽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지요. 오후 2시 40분까지 두 시간이 넘도록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며, 홀로 당당하게 이국땅을 즐겨낸 제 자신에게 조용하고 묵직한 격려를 보냈습니다.
2. 난바 요도바시 백화점 와규 맛집 솔직 후기와 한국인 유학생의 친절
목욕을 마치고 나니 온몸의 세포가 깨어났는지 무척이나 배가 고파졌습니다.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만큼은 제 자신에게 제대로 대접해주고 싶어 난바의 요도바시 카메라 백화점 푸드코트 맛집으로 당당하게 향했습니다. 큰맘 먹고 거금 5,980엔짜리 최고급 와규 세트를 주문하려는데, 복잡한 일본어 메뉴판과 낯선 주문 방식 앞에서 그만 말문이 턱 막히고 손끝이 멈칫거렸습니다.
식은땀이 살짝 흐르려던 찰나, 조리대 안쪽에서 한 여자 직원이 "도와드릴까요?" 하고 맑은 우리말로 구원의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만난 고국의 여대생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그 친절한 학생의 도움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고대하던 오사카 와규 정식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화로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와규를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육즙이 팡팡 터지는 게 고기 질 자체는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게다가 먼 타지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싹싹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한국의 청춘을 마주했다는 사실이 참 대견하더군요. 자식 같은 기특한 모습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져, 가게를 나오며 "타지에서 고생이 많아요. 꼭 성공할 겁니다" 하고 묵직한 응원을 건넸습니다. 와규 맛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 고마운 인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가성비 면에서는 영 낙제점이었습니다. 밥과 스프가 무료로 제공된다고는 하지만, 고작 고기 몇 점 나오는 양이 가격에 비해 너무나도 야박했습니다. 우리네 중년 남성들이 배를 든든히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지요. 고기 질과 유학생의 친절함은 백 점 만점이었지만, 6만 원 돈에 가까운 거금을 내고 먹기엔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주변 동무들에게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반전의 식당이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배는 덜 찼지만, 이 또한 길 위에서 겪는 생생한 경험이라 생각하니 허탈하면서도 재밌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3. 간사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나 홀로 자유여행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식후경으로 인근 스타벅스에 들러 달콤한 모카 아메리카노(501엔) 한 잔을 손에 쥐고 오사카의 마지막 거리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 정들었던 도심을 떠나 간사이 공항행 전철(라피트/공항철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빌딩 숲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오후 5시 정각에 간사이 공항에 안착해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밤 9시, 마침내 익숙하고 아늑한 인천공항에 비행기 바퀴가 쿵 하고 내려앉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벼운 배낭을 고쳐 메며 저도 모르게 깊은 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번 태국에 이어 이번 오사카 자유여행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제 가슴속엔 삼십몇 년 직장 생활을 마칠 때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한 ‘자신감’이 들어차 있음을 느낍니다. 패키지여행 깃발만 쫓아다니던 60대 아저씨가, 혼자 스마트폰 구글맵 하나에 의지해 난바의 복잡한 지하 미로를 탈출하고, 캡슐호텔 사우나에서 현지인들과 어깨를 맞대며, 천년고도 교토의 웅장한 사찰 앞을 당당하게 거닐었습니다. 비록 계획했던 오사카성은 보지 못했고 구글 우동집은 평범했을지언정, 그 서툴고 삐딱했던 모든 순간들이 제 인생 2막의 가장 눈부신 훈장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나이 먹고 무슨 사서 고생이냐고 하지만, 문밖을 나서는 그 잠깐의 두려움만 이겨내면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흥미진진한 풍경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제 투박한 오사카 분투기를 읽어주신 동년배 동무 여러분, 그리고 이웃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도 주머니 속 여권을 꺼내 들고 가벼운 배낭 하나 메어 보십시오. 예순의 이 영감탱이도 해냈는데, 여러분이라고 못 할 리 만무합니다!
🎯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나 아직 죽지 않았네!"
저는 이제 안방에서 다리를 뻗고 쉬며, 조만간 또 다른 낯선 이국땅의 향기를 품은 ‘새로운 도시의 여행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인생의 길 위에서 언제나 청춘이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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