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사카에서 교토 당일치기 전철 여행: 교토역과 교토타워 전망대 전경
4성급 호텔의 포근한 침대 덕분인지 오사카에서의 둘째 날 아침은 유독 개운하게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오사카 시내를 잠시 벗어나 조금 더 깊은 일본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 날입니다.
사실 출발 전까지 "나라(Nara)에 가서 사슴들을 보고 올까, 아니면 천년고도라는 교토(Kyoto)를 갈까" 저울질을 꽤 했습니다. 하지만 예순 넘은 아저씨의 감성에는 역시 수백 년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내려앉은 고즈넉한 고도가 더 끌리더군요. 과감하게 교토행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버스나 특급열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처럼 혼자 다니는 실속파 여행객에겐 지하철(전철)이 최고입니다. 신세카이 숙소에서 나와 오사카역에서 교토행 전철(지하철 요금 580엔)을 타고 창밖 풍경을 구경하며 1시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교토의 관문인 '교토역(Kyoto Station)'에 도착했습니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마자 거대하고 현대적인 교토역 건물의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역 바로 앞에 우뚝 솟은 하얀 대형 촛대 모양의 ‘교토타워’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곧장 교토타워 전망대에 올라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았지요. 바둑판처럼 정갈하게 정돈된 고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현대적인 빌딩들 사이사이로 오래된 기와지붕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모습이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타워에서 내려와 교토의 공기를 느끼며 천천히 도보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기와지붕을 얹은 커다란 사찰 하나가 불쑥 나타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불교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히가시혼간지(동본원사)’라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저를 압도한 것은 사찰의 정문인 ‘고에이도몬(어영당문)’이었습니다. 온통 검은색 톤으로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거대한 목조건물이었는데, 높이가 자그마치 28m나 된다고 하더군요. 가까이서 보니 그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거대했습니다. 특히 하늘을 향해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하게 곡선을 그리며 뻗은 지붕 양식이 무척 독특하고 압도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는 또 다른, 소박한 듯하면서도 묵직하고 고요한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그 거대한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2. 교토 맛집 솔직 후기: 슴슴했던 교토우동 정식과 교토 시티 투어버스 유람
사원 경내를 한참 걸어 다녔더니 배꼽시계가 어김없이 울렸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근처 쇼핑몰 푸드코트에 들러 "교토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교토우동 정식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모양새는 참 예뻤는데, 허허... 막상 입에 넣으니 맛이 참 묘하더군요.
우리네 칼칼하고 짭조름한 찌개나 국밥에 길들여진 육십 대 입맛에는, 간이 된 듯 안 된 듯 슴슴하다 못해 맹맹한 맛이 영 맞질 않았습니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충 배만 채고 나왔지요. 역시 제 입에는 어제 먹은 두툼한 회전초밥이나 한국의 김치찌개가 최고인가 봅니다.
더 걷기에는 무릎에 신호가 올 것 같아, 역 앞으로 돌아가 교토 시내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교토 투어버스에 올라탔습니다. 편안하게 창가 자리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교토의 예스러운 골목길과 푸른 나무들을 눈에 담았지요. 그렇게 교토의 눈부신 시간을 만끽하고 다시 오사카 숙소 주변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3. 신세카이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한국인 바(Bar) 동갑내기 동무
타지에서 슴슴한 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칼칼한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지던 찰나, 호텔 주변 골목을 서성이다가 운명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바(Bar)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섰지요.
이곳은 참 재밌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단돈 3,300엔만 내면 하이볼과 술안주를 제한 없이 계속 내어주더군요. 가성비도 훌륭했지만 더 대박이었던 건, 바 사장님과 통성명을 하다 보니 저와 나이가 딱 동갑이었습니다.
이국땅 오사카의 뒷골목에서 만난 동갑내기 한국인이라니! 30년 넘게 한국에서 치열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제 이야기, 그리고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와 홀로 가게를 일구며 살아온 사장님의 인생 스토리가 하이볼 잔이 비워질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이어졌습니다. 살아온 궤적은 달랐지만 같은 시대를 버텨온 중년 남성들의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겨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타지에서 느낀 은근한 외로움을 단숨에 날려버린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 다음 이야기 예고
교토의 고요함과 따뜻한 하이볼 한 잔으로 채워진 둘째 날을 뒤로하고, 다음 편에서는 오사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코스인 '오사카 성(Osaka Castle) 천수각 투어'와 그 성곽 주변을 걸으며 만난 초여름 풍경, 그리고 시장 골목에서 만난 오사카의 진짜 현지인 맛집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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