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사카 이치란 라멘 대신 선택한 킨류라멘(금룡라멘) 솔직 후기
도톤보리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글리코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뱃속에서는 밥 달라고 아우성이더군요.
인터넷에서 젊은 여행객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오사카 구글 맛집'들을 찾아 골목을 뒤졌습니다. 특히 독서실처럼 1인 칸막이가 되어 있다는 그 유명한 '이치란 라멘'은 꼭 가보고 싶었지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가게 앞은 이미 국적을 불문한 여행객들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예순의 나이에 길바닥에서 한두 시간을 서서 기다리다간 저녁을 먹기도 전에 무릎 연골이 먼저 닳아 없어질 판이었습니다.
과감하게 줄 서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다 보니, 지붕 위에 거대한 초록색 용 한 마리가 얹어진 ‘킨류라멘(금룡라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 역시 도톤보리의 대표적인 명물 노포인데, 다행히 대기 줄이 짧아 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아 받아 든 라멘은 보기만 해도 뽀얗고 진한 돈코츠 육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면발을 후루룩 들이켜니 쫄깃한 식감이 제법 훌륭하더군요. 다만, 몇 입 먹다 보니 돼지 사골을 얼마나 푹 고았는지 제 입맛에는 기름기가 과해 묘하게 느끼한 맛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제 눈에 번쩍 띈 것이 바로 셀프 바에 놓인 ‘무료 김치와 부추무침’이었습니다. 칼칼한 김치를 라멘에 얹어 먹고 국물에 부추를 한 숟가락 풀고 나니 그제야 느끼함이 싹 잡히며 속이 확 풀렸습니다. 솔직히 "눈물 나게 맛있다!"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국땅에서 김치 한 조각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깨달은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입가심으로 사 먹은 길거리 타코야키는 요즘 한국 동네 트럭에서 파는 맛과 별반 다르지 않아 살짝 아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2. 도톤보리 가성비 숙소, 60대 은퇴자의 캡슐호텔 솔직 투숙 후기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음료수와 캔커피를 사 들고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 11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피곤하긴 했지만, 이 호텔을 선택한 진짜 이유인 대형 사우나 시설을 거를 순 없었지요.
탕에 들어가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넓은 욕장에 손님이 고작 서너 명뿐이었습니다. 그 거대한 목욕탕을 마치 독탕처럼 전세 내어 뜨끈한 온탕과 후끈한 스팀 사우나를 오가며 40분 정도 몸을 지졌습니다. 발바닥부터 어깨까지 뭉쳤던 첫날의 피로가 땀과 함께 쏙 빠져나가는데, 탕 밖으로 나오니 온몸이 노곤해지며 단잠이 파도처럼 몰려왔습니다.
제가 묵은 캡슐룸은 딱 1인용 실속형 공간이었습니다. 좁고 답답하지 않을까 했던 처선의 걱정과 달리, 빳빳하고 깨끗하게 세탁된 시트가 깔려있고 스마트폰 충전 포트와 은은한 조명 시스템이 머리맡에 아주 정갈하게 잘 갖춰져 있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대자마자 군대 시절 초소 근무 서고 돌아온 훈련병처럼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신기하게도 허리 한 군데 결리는 곳 없이 아침 7시가 다 되어가고 있더군요. 일본 캡슐호텔은 우리 나이대 혼자 여행객에게 진짜 실속 있는 숨은 명물이 맞습니다.
3. 일본 편의점 추천 메뉴: 8,000원으로 누린 아침 샌드위치와 '쟈지푸딩'
이 캡슐호텔은 가성비가 훌륭한 대신 아침 조식이 따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서둘러 옷을 입고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일본은 편의점 음식이 웬만한 식당보다 낫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해 볼 차례였지요.
진열대에서 큼직한 샌드위치와 부드러운 타마고(계란) 샌드, 따뜻한 캔커피,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일본 여행 필수 디저트라 부르던 ‘오하요 쟈지 푸딩(Jersey Pudding)’을 골라 잡았습니다. 계산을 하니 우리 돈으로 고작 8,000원 안팎이 나오더군요.
숙소 2층 휴게실에 앉아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 맛을 보는데, 허허... 이거 참 물건이었습니다. 샌드위치의 식빵은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특히 마지막에 맛본 쟈지푸딩은 진한 우유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부드러운 순두부처럼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값비싼 고급 호텔 조식 뷔페 부럽지 않게 배도 든든히 부르고, 무엇보다 지갑이 행복해하는 ‘놀라운 가성비’였습니다. 8,000원으로 누린 은퇴자의 소박하지만 완벽한 아침 식탁이었습니다.
오사카에서의 첫날 밤과 아침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달콤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로 채워졌습니다. 킨류라멘의 느끼함을 잡아준 김치처럼, 인생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삐딱선에서 진짜 묘미를 발견하는 법인가 봅니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인 둘째 날 여정을 시작해야겠지요.
✍️ 다음 이야기 예고
캡슐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오사카의 서민적인 정취와 화려함이 공존하는 '신세카이'로 이동합니다! 랜드마크인 츠텐카쿠 타워 바로 옆에 위치한 4성급 숙소 '더 비 오사카 신세카이(the b osaka shinsekai)' 입성기와 그 골목길에서 마주한 진짜 오사카의 얼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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