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에어부산 왕복 티켓을 손에 쥐고 싱글벙글하던 기운을 이어받아, 드디어 오사카로 떠나는 당일이 밝았습니다. 집을 나설 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혼자 가는 여행에 무거울 게 뭐가 있나 싶어, 트렁크는 과감히 집에 두고 가벼운 배낭 하나만 덜렁 메고 나섰습니다. 무릎에 무리 안 가려면 몸도 짐도 가벼운 게 장땡이니까요.
1. 인천공항에서 간사이까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일본의 노년들
오전 11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여유롭게 도착했습니다. 에어부산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오후 1시 30분 하늘길로 날아올랐습니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까무러치듯 눈을 감았다 떴더니, 오후 3시 정각에 정확히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바퀴가 닿더군요. 지난 방콕 여행에 비하면 정말 "눈 깜짝할 새" 도착하는 부담 없는 비행시간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긴장된 마음으로 입국 수속장으로 향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까다롭게 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입국 수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딱 30분 만에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입국 수속을 밟는 와중에 제 눈을 사로잡은 아주 인상 깊은 광경이 있었습니다. 길을 안내하고 외국인들의 서류 작성을 도와주는 공항 도우미들이 사방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백발의 노년들이더군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환한 미소로 정중하게 안내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은퇴 후에도 사회의 일선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며 살아가는 일본 노인들의 모습에서, 같은 시대를 걸어가는 동년배로서 깊은 존경심과 함께 "나도 한국 돌아가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2. 배낭 하나 메고 구글맵에 의지해 걷는 도톤보리 길
공항을 빠져나와 가장 편하게 시내로 진입하는 리무진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오사카의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오사카의 심장부인 '난바역(Namba Station)'에 저를 내려주었습니다.
자, 이제부터는 온전히 제 무릎과 스마트폰의 구글맵에 의지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어깨에 가벼운 배낭 하나만 메고 있으니 캐리어 질질 끌고 다니는 젊은 애들보다 발걸음만큼은 훨씬 가벼웠습니다. 안경을 고쳐 쓰고 구글맵의 파란 화살표를 따라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습니다.
난바역을 벗어나 오사카의 명물 거리라는 '도톤보리(Dotonbori)'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솔직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인파와 번쩍이는 대형 간판들, 그리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정체 모를 소음들까지... "와, 여기가 진짜 오사카구나" 싶으면서도 서민적인 어수선함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인파를 헤치며 걷다 보니 드디어 예약해 둔 캡슐호텔이 나타났습니다.
3. 사우나로 다진 중년의 체력, 그리고 마주한 화려한 야경
호텔에 들어서서 체크인을 마치고, 제가 가장 기대했던 대형 사우나 시설로 직행했습니다.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뜨끈한 열탕에 몸을 푹 담그는 순간, "어허, 살겠다!"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공항 이동하랴, 비행기 타랴, 시내 길 찾으랴 나도 모르게 굳어있던 육십 대의 뻐근한 어깨와 무릎이 온천물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땀을 쫙 빼고 나니 첫날의 피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군요. 역시 우리 나이엔 이 뜨끈한 목욕탕만 한 보약이 없습니다.
사우나로 체력을 100% 충전하고 나니 어느새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오사카의 진짜 밤을 즐기기 위해 다시 도톤보리 한복판으로 나섰습니다. 밤이 된 도톤보리는 낮보다 백 배는 더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그 유명한 글리코상 간판 앞에 서서 젊은 친구들 틈에 슬쩍 끼어 인증사진도 한 장 남겨보았습니다.
강물을 따라 화려하게 흐르는 네온사인 야경을 바라보며,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골목 노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뜨끈하게 목욕하고 나와 마시는 시원한 나마비루(생맥주) 한 잔과 오사카의 밤바람, 이 맛에 사서 고생하는 자유여행을 오는가 봅니다.
💡 60대 나 홀로 여행자의 첫날 감상
화려한 도톤보리의 야경도 좋았지만, 공항에서 만난 백발 노년들의 활기찬 모습이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가벼운 배낭과 구글맵만 있다면 우리 나이에도 오사카의 밤은 충분히 안전하고 낭만적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오사카 성과 현지 미식 탐방기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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