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집을 나설 때의 설렘은 나이가 들어도 조금도 퇴색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번 도쿄 여행의 첫 단추는 시작부터 아주 이색적이었습니다.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국적기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대형 항공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에티오피아 항공'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아니, 도쿄를 가는데 웬 아프리카 비행기냐"며 사서 고생하지 말라고 혀를 찼지만, 은퇴자의 실속 있는 여행법으로는 이만한 숨은 진주가 없습니다.
1. 에티오피아 항공의 반전 매력과 나리타 공항에서의 감동
오전 11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여유 있게 도착해 에티오피아 항공 카운터에서 수속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 마침내 도쿄를 향해 이륙했습니다.
막상 탑승해 본 에티오피아 항공은 기대 이상으로 대만족이었습니다. 보잉 787 최신형 기재라 좌석 간격이 아주 넓고 쾌적해서 육십 대의 무릎이 호사를 누렸고, 위탁 수하물 규정도 아주 넉넉했습니다. 출발과 도착 시간도 칼같이 정확하더군요. 딱 한 가지, 기내식 향이 묘하게 이국적이라 입맛에 조금 아쉬웠던 점만 빼면 국적기 부럽지 않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 60대 여행자의 에티오피아 항공 솔직 평:
최신형 대형 기종(B787) 덕분에 좌석 간격이 넓고 승차감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LCC(저가항공) 가격으로 대형 항공사의 수하물 혜택과 쾌적함을 얻을 수 있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자유여행객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오후 5시쯤 비행기는 나리타 공항에 부드럽게 안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장으로 향하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외국인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더군요. "이 줄을 언제 다 기다리나" 등줄기에 땀이 살짝 고이려던 찰나, 질서정연하게 대기 줄을 정리하고 여권 스캔을 도와주는 공항 도우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오사카 때와 마찬가지로 도우미분들 대다수가 백발이 성성한 중년층, 노년층이었습니다. 굳은 일을 하면서도 정중하고 노련하게 공항을 통제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은퇴 후에도 당당하게 사회 일선에서 현역으로 뛰는 일본 노인들의 모습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제게 "게으름 피우지 말고 더 활기차게 살아야겠다"는 묵직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분들 덕에 복잡한 입국 심사도 50분 만에 기분 좋게 통과했습니다.
2.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 쾌속 질주 & 도쿄의 실속형 호텔 방
나리타 공항에서 첫 숙소가 있는 우에노까지는 가장 빠르고 편한 특급열차인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기분 좋게 표를 예매해 왔는데, 막상 공항에 내리니 교환처가 어디인지 헷갈려 이리저리 잠시 헤매고 말았습니다. 익숙지 않은 지하 역사에서 진땀을 조금 흘린 끝에 창구를 찾아 표를 바꿨더니, 가장 빠른 게 오후 8시 40분 열차더군요.
기차를 타기까지 한 시간 정도 대기 시간이 생겨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렸습니다. "자유여행이란 게 참 내 뜻대로 정시 출발이 안 되는구나" 싶었지만, 대합실에 앉아 오가는 외국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습니다.
마침내 승차 시간이 되어 매끄럽게 잘 빠진 스카이라이너에 몸을 실었습니다. 넓고 안락한 좌석에 앉아 기차 창밖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도쿄의 이국적인 밤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단 40여 분 만에 저를 우에노역에 정확히 내려주더군요. 무릎 피로를 줄여주는 데는 역시 이 특급열차가 최고의 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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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숙소: 포 포인츠 플렉스 바이 쉐라톤 도쿄 우에노
1박 약 128,000원(조식 불포함)의 합리적인 가격. 방 크기는 가방 하나 펼치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지만,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고 필요한 어메니티와 로비 무제한 웰컴 음료 서비스가 돋보였습니다.
3. 밤 10시 우에노 뒷골목의 헛걸음, 그리고 소박한 규동 한 그릇
대강 짐을 던져두고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우에노역 부근 번화가로 나섰습니다. 본토의 맛있는 요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기대하며 골목을 서성였는데, 허허... 밤 11시가 다 되니 웬만한 레스토랑과 식당들이 죄다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아걸었더군요. 화려한 도쿄라 해도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밤이 참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길을 헤매다, 아쉬운 대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유명 덮밥 체인점 '마츠야(Matsuya)'에 들어갔습니다.
낯선 일본어 자판기 앞에서 멈칫할 뻔했는데, 다행히 키오스크에 한글 지원이 완벽하게 잘 되어서 아저씨 혼자서도 아주 수월하고 편하게 주문을 마쳤습니다. 제가 고른 메뉴는 580엔짜리 따끈한 소고기 덮밥(규동) 세트였습니다.
🍲 은퇴자 아저씨의 첫날밤 구원투수:
달달하고 짭조름한 소고기와 고슬고슬한 밥을 든든하게 뱃속에 밀어 넣으니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소박한 덮밥 한 그릇이었지만 이국땅에서의 허기와 외로움을 달래주기에 더없이 고마운 음식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조용한 우에노 골목길을 걸어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좁지만 아늑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인천에서부터 도쿄 숙소 침대까지 무사히 당도한 제 자신이 대견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파란만장했던 도쿄에서의 첫날 밤이 이렇게 깊어갑니다.
마치며
우여곡절 끝에 도쿄 우에노에 보금자리를 틀고 따뜻한 덮밥 한 그릇으로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도쿄 탐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우에노의 숨통이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우에노 공원의 활기찬 아침 산책, 그리고 도쿄의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 시장 골목(아메요코) 탐방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도쿄 여행의 진짜 재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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